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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교 정상화 50년 만에 대등해진 韓·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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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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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교 정상화 50년 만에 대등해진 韓·日
•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조약 조인 50주년을 맞은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양국 정상이 깜짝 출연하여 축사(祝辭)를 함으로써 3년 동안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가 풀릴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양국 사이에 넓고 깊게 팬 불신의 골을 메우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양국의 지도자와 국민이 역사적 관점에서 국교 정상화 50년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1965년에 맺은 기본조약과 부속협정은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양국은 회담 과정에서 '병합조약'(1910년)이 불법·무효냐 합법·유효냐를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애매하게 처리했다. 그리하여 일본이 한국에 공여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조차도 한국은 청구권 자금으로, 일본은 경제협력 자금으로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안보 공조와 경제 개발이라는 시대의 요청에 밀려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또한 그렇게 하도록 압박했다. 이런 업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국교 재개 이후에도 여전히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를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넓은 시야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50년 동안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대단히 밀접하고 강력한 관계를 구축했다. 거의 제로에서 출발했던 양국의 교역은 연간 1000억달러에 이르고, 국민의 왕래는 500만명을 넘는다.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에서도 끈질긴 타협을 통해 상당한 진전과 보완을 이룩했다. 양국의 위상 또한 극적으로 바뀌었다. 나라의 규모와 능력에서는 아직도 큰 차이가 나지만 국민의 생활과 의식 수준은 거의 비슷해졌다. 두 나라 관계가 전반적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변한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자유·번영·평화를 담보하는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한·일 관계의 이러한 변모는 국교 정상화 당시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다.
앞으로 50년의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더욱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질적 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쌍둥이 나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런 한·일 관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양국의 지도자나 국민은 한·일 관계를 단기적·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양국은 2500년의 상호 교류 속에서 불행한 일도 겪었지만 광범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일본은 고대문명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전수한 대륙 문명을 아주 잘 활용했고,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소화한 서양 문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앞으로 두 나라는 이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대등한 처지에서 절차탁마하며 세계 문명에 기여하는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양국의 지도자와 국민이 한·일 관계의 본질적 진화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당면한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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