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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학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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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
유학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이병남(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І. 유학 생활의 회상
일본 유학경험담의 원고 청탁을 받고 문득 잠시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다. 정말 세월은 주마등같다고 하던데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내가 처음 언니 형부를 따라 일본에 유학을 갔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언 20여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흔히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지만, 지나간 나의 유학시절의 추억들도 이제는 오로지 아름다운 추억으로만이 고스란히 남아 한편의 드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Ⅱ. 현지에서의 생활
나는 원래 어려서부터 그림을 공부하던 미술학도로서 일본에 가서 디자인이나 미술 실기 쪽으로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 2외국어로 일본어도 배우고 일본어 학원에도 조금 다니다가 언니 형부를 따라 유학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언니 가족하고 함께 생활을 하다보니 늘 우리말을 사용하게 되어 도리어 일본어의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가족과 헤어져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차츰 일본 학생들과 친숙해지게 되고 주방도 같이 사용하다보니 함께 식사도 만들어 먹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히 일본어도 늘게 되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가장 친하게 지냈던 교육대에 다니던 일본인 친구가 일본의 가정요리를 참 잘 만들었고 또 일본에서 신부수업에 중요한 일본 무용이나 꽃꽂이, 다도 등을 열심히 배우러 다닌 아주 부지런한 친구였다. 그런 덕에 나도 자연히 따라도 가보게 되고 또 배우고도 싶어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꽃꽂이 선생님의 배려로 학교생활 외에 시간을 내어 조금 배우기도 하였다.
게다가 나는 그 친구와 기숙사에서 서로 자기나라의 음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만들어 먹기도 하고 하였는데 그 친구는 나이가 나보다 어려도 독립심이 매우 강했고 더 조숙해 보였으며 또 아침마다 도시락도 예쁘게 싸고 하는 그 친구의 모습에서 많은 배울 점이 있었다. 게다가 특히 대학원 시절에는 연구실이 박물관학 연구실이었는데 난 은사님의 배려로 연구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은사님은 출근하셔서 말차(裏千家의 茶)를 드시는데 그때마다 은사님은 다도 하는 법을 일러 주셨고 또 게다가 다도는 박물관학 연구이수과정의 한 과목으로도 들어 있었던 덕에 나는 어깨 너머로 열심히 배웠다. 그 덕분에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틈틈이 일본 음식과 다도를 하면서 혼자 禪의 시간을 즐기고 산다. ㅇ리본 스타일의 음식을 가끔 잘 해서 먹기도 하고 나름대로 즐기면서 소중한 분들에게 만들어도 드린다.
아마 나 자신 또한 음식 만드는 것도 참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빠져들었고 또 그 나름대로 즐기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고 어쨌든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내 방식대로 잘 조화를 시켜 그렇게 즐기면서 생활한다. 무엇보다도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마시는 한잔의 차는 나의 하루의 즐거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Ⅲ. 학교의 이모저모
나는 古都 교토(京都)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 그것은 예술을 공부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반대로 실기가 아닌 이론 쪽으로 전공을 바꾸어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에서 다시 미학 예술학 및 미술사를 전공하였고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는 문화사학과 미술사를 전공하였다. 박사학위논문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을 무렵이던 1995년 당시 나는 졸업과 함께 박사학위논문 제출을 얼마 앞두고 지도 은사님이 돌아가셨고 또 집에서는 아버지가 위독하시니 빨리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과로로 쓰러져버려 그 해 가을은 오히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할 수 없이 나는 박사과정을 일년 더 연기하게 되었고 다음해인 1996년에 졸업을 하는 동시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 나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원 선생님들 그리고 학교 은사님들, 선∙후배들, 주위의 교포 아줌마, 아저씨들, 학교보건소 관계자들의 따뜻한 배려로 병실도 그렇고 너무도 좋은 병원생활을 보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병원에 입원을 한 것은 서글펐지만, 그러나 역으로 병원생활이 즐거웠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나는 많은 좋은 분들도 만났고 그 중에는 교포 아줌마, 어저씨가 나의 친 엄마 아버지 이상으로 잘해주셨으며 지금도 여전히 잘해 주신다. 정말 그 분들에게 너무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나는 또 유학 중에 장학금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든다면, 학교 연구실에서의 수업보조자로소의 아르바이트, 학교에서 소개 해 준 한국어 강사, 학교 장학금, 국제교류재단의 장학금, 사카키바라 교토신용금고 장학금, 요네야마 국제로터리 장학금, 일본문부과학성 장학금 등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게다가 동시사대학은 명문사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에서 먼저 배려를 하여 수업료의 일부가 면제되어 나왔기 때문에 타 국립대학 못지 않게 학비가 저렴했고 또 로터리에서의 장학금, 특히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금의 경우는 대학원 학비까지 면제가 되었고 그 이외에도 연구비 및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나온 관계로 책을 많이 사 볼 수도 있었고 견학도 가고 많은 연구조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유럽미술견학과 몇 차례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국제학회에도 참석을 하는 등 아마 그 누구 못지않은 행복한 유학생활을 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Ⅳ. 귀국 후의 생활
그 후 나는 아버지의 독촉도 있었고 또 부산의 대학에서 강의요청도 있어 1996년 8월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면서 급히 귀국을 하였다. 그리고 동아대를 비롯한 부산대, 경북대, 신라대 등의 각 대학,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고 또 드디어 중요한 결실의 하나로 1997년에 나는 동지사대학에서 문화사학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그 후에도 나는 부산의 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당시 오사카경제법과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있었던 관계로 일본을 자주 왕래하면서 계속적으로 또 연구를 하였고 다시 오사카대학(미학예술학)의 문화연구과에 연구생으로 입학을 하였다.
매주 한번씩 부산에서 오사카 대학에 강의를 듣기 위하여 비행기에 몸을 싣고 오고 갔었던 그때의 시간들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더없이 나에게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객원연구원으로 있던 연구소에도 들러 보고 또 동지사대학 및 오사카대학, 교토대학, 교토부립도서관 등의 각 도서실 및 연구실 등을 다니면서 자료도 정리하고 학회에도 열심히 참가해서 연구발표도 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의 각종 전람회의 견학이라는 나름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나는 대학원 시절 은사님이 편찮으셔서 병문안 인사차 일본을 방문하여 은사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일본에서 유학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은사님은 왜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첫째는 부산하고 일본은 가까워 부산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기분 전환이 되고, 두 번째는 이렇게 가까우니깐 선생님 병문안도 올 수 있지 않느냐 하고. 만약에 미국이나 프랑스 같았으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러냐고 하시면서 웃으셨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일본 교토, 나라는 나의 전공 분야인 미술사를 공부하기에 참 좋은 최상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정말 교토는 전통도시다운 그런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차분한 정적인 도시로 언제나 늘 내 집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도시이다. 물론 10년이나 넘게 유학생활을 보낸 곳이기에 정도 들대로 들었겠지만 어쨌든 나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 후 나는 또 다시 2002년 4월에 염원하던 오사카대학에서의 문학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내가 원했던 대로 계획대로 모든 것은 이루어졌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학창시절의 긴 여정도 이제서야 드디어 끝이 났다. 내 인생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분주했지만 모두가 염원했던 대로 이루어졌고 또 지나간 그 세월만큼이나 나에겐 정말 소중한 추억의 시간들이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아쉽기도 하고 보람찬 시간들이었다고 그때를 나는 회상해 본다.
Ⅴ.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언제인가 로터리 장학금을 받으러 로터리 모임에 참석했을 때 로터리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외국에 가는 사람 중에는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한다. 한 타입은 그 나라의 형편없는 것만 배워 가는 형이 있고 또 하나는 그 나라의 좋은 점만 배워가는 이 두타입이 있는데, 아무튼 로터리 장학생 여러분은 일본에서 좋은 점을 많이 배워가길 바란다고.” 그렇다. 나 자신 20세의 젊은 나이에 부푼 꿈을 안고 유학을 경험을 했고 그 후 지금 고국에 돌아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생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공부하는 방식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 다르다.
또 유학을 통해서 얻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다만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선 먼저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학을 가서 무엇을 공부하겠다는 것은 이미 유학을 가기 전에 나름대로 계획이 되어지고 정해졌겠지만 그러나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기 나름대로의 계획이 되어지고 정해졌겠지만 그러나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기 나름대로의 연구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이 필요한 분야를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는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도록 한다. 한 예로 나는 로터리 장학생 시험 면접이 있을 때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면접관 선생님들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말씀드렸다. “나는 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로터리 장학금을 받아야 된다”고 했더니 그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자리에서 합격이라고 도장을 꽝 찍어주면 되는 것 같으면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동경 로터리 본부에서 최종결정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하셨다. 정말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의 당돌함에 놀라 나 홀로 미소짓곤 한다. 그 얼마 후 나는 국제요네야마 로터리 장학생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너무도 좋아 하늘을 나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심사를 하셨던 선생님들과 만날 때마다 감사를 드렸고 그 분들은 나의 연구에 대해서 많은 좋은 말씀도 해 주셨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나는 가끔씩 국제로터리맨으로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좀 쉬고 있다. 내년부터는 다시 활동을 재개할 생각이다.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한 가지 목적을 정하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어쨌든 나는 유학 중에 운 좋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또 많은 장학금을 받는 행운도 얻었고 게다가 두 개의 박사학위까지 받는 영광을 얻었다.
그때의 감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가슴에는 진한 전율이 흐른다. 이 모두는 내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내 주위의 모든 분들! 나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나의 은사님들 그리고 주위의 선생님들, 학교 및 주변 장학재단 관계자들, 일본정부, 선배 및 주변에 많은 분들의 도움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뒤돌아보면, 정말 아쉽고 소중한 그때의 시간들이다. 나의 교토에서의 유학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정말 교토라는 주변환경도 그렇고 학교생활 그리고 교토요리, 다도, 꽃꽂이등 다양한 예술문화생활 등도 내게는 너무도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것들은 나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 학자로서 또 예술가로서 미술관에서 늘 예술을 접하고 사는 나에게 많은 정신적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것은 유학 중에 정식으로 일본의 다도와 꽃꽂이를 배우지 못했던 점이다. 나에게 처해진 여러 주변환경과 여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위 논문에 급급하여 분주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것이 그저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지금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 배우려고 생각은 하고 있다. 2002년 4월 11일 아침에 오사카대학의 은사님으로부터 박사학위가 통과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쁜 마음에 그 주 토요일 오후였던가. 그날은 비가 갠 오후, 유독히도 봄의 푸르름이 상큼한 동학사 언덕길을 따라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산소에 인사차 다녀왔다. 그 푸르른 산길을 지나고 들길을 지나면서 나는 그 동학사의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감탄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아마도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잊고 살았었나 보다하고 다시금 나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이젠 앞으로도 못해본 것을 다 마음껏 해보리라고 다짐을 했건만, 지금도 여전히 시간에 얽매여 쫓기는 것은 마찬가지…아무튼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은 주한일본국부산총영사관 발행 "일본유학경험집"에서 전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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