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세다대학 3학년 정지은 일본유학 체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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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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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03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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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때 우연히 보게 된 일본 드라마였습니다. 부모님께서 일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며 일본어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잡지를 보며 스스로 일본어를 익혔습니다. 일본어에 관해서는 공부를 했다고 하기 보다는 자꾸 반복해서 듣고 보다 보니 어느샌가 자막 없이도 알아 들을수 있었기 때문에 익혔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릅니다. 당시 제게 있어 일본어를 포함한 일본 문화는 어디까지나 취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만 해도 한국의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이었고 일본어 관련 전공을 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일본 대학으로의 진학을 결정하게 된 것은 한 인터넷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일본의 한 연예인이 와세다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기사. 와세다대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던 도중 처음으로 한국인들도 일본의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좋아하는 일본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대학으로의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결심은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일본대학의 진학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와세다대학의 홈페이지의 입시전형과 인터넷 검색에 의지하며 정보를 구해가던 중 강남에 일본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약 일년에 거쳐 부모님을 설득해서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EJU 모의고사를 보며 EJU에 나오는 문제들의 형식이나 제가 자신있는 부분 약한 부분을 알아갔습니다. 일본어는 비록 교과서를 통해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EJU의 일본어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레벨은 아니었기 때문에 종합과목과 수학을 수강했습니다.
일본어 과목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분들께 한가지 조언이라면 기술문제를 풀다가 어떤 단어의한자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그냥 히라가나로 쓰셔도 됩니다. 시험에 대한 긴장때문인지 단어의 한자가 꼭 한개씩 기억이 안나서 기억이 안나거나 모르는 한자는 전부 히라가나로 썼습니다만 만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술문제에서는 문법이나 한자보다는 내용면에서 얼마나 정확한 대답을 하는 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자칫 어려워질수 있는 수학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 선생님이 일본의 수학 교재를 중심으로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일본어로만 하거나 한국어로 하는 수업보다 훨씬 공부하기 좋았습니다.
EJU의 종합과목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려 했을때는 그저 눈앞이 깜깜했습니다만 선생님이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들을 프린트로 만들어서 수업을 해주었기 때문에 쉽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 선생님이 일본어로 만든 프린트로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하셨기때문에 한자도 외울수 있고 이미 아는 상식이어도 일본어로 뭐라고 표현하는지 알수 있어서 저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엇습니다. 프린트를 달달 외우며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설명을 듣는 편이 더 머리에 잘 들어왔습니다. EJU는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수학이나 일본어는 시판에 나온 EJU교과서로 혼자 준비할 수 있지만 종합과목은 지리 일본사 세계사 정치 경제 시사 등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 하기 때문에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서 모집 시즌이 다가와서 학원에서 제가 들어갈 수 있는 레벨의 학교를 몇 곳 추천받고 제 목표인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방법등에 대해서 상담을 했습니다. 와세다대학의 합격이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당시 환율이 계속 오르는 추세였고 집안 경제적인 문제도 있어서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한 곳만 원서를 넣게 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 케이오기쥬쿠대학의 원서기한이 와세다대학의 본고사 합격통지 후에 있었기 때문에 본고사에서 떨어지면 케이오기쥬쿠대학에 원서를 넣어야겠다고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본고사를 위해 일본에 간 것이 제가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은 날이었습니다. 시험당일 처음으로
와세다 대학교의 강의실 안에 들어갔을때는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합격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그냥 수험증과 필기도구를 꺼내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
습니다. 영어와 일본어의 소논문시험이었습니다만 열심히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중심을 두며
풀었습니다. EJU를 준비하며 외워둔 상식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시간이 30분정도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멍하니 강의실을 보았습니다. 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 커다란 칠판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나뭇잎을 흔드는 나무들. 그 때 문득 이 곳에서 꼭 다시 수업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수험공부를 하며 대학이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시험문제를 다 풀고 나서야 겨우 대학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준비해 놓은 케이오기쥬쿠대학의 원서를 버리고 재수하더라도 와세다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합격했을 때는 처음으로 기뻐서 눈물이 나올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진학교에서 유학을 준비한다고 받는 따가운 눈초리가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뀐 것과 한숨만 쉬시던 부모님이 웃으며 축하한다고 해 주신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2009년 4월 1일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와세다 대학은 정말 대학교같은 느낌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언제나 학생들로 넘쳐 나고 많은 서클로 인해 캠퍼스 안은 이벤트로 넘쳐 납니다. 여장한 남자들이 캠퍼스 한 가운데에서 여자아이돌의 춤을 춘다거나 라운지에 가면 그룹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거나 서클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학생회관은 언제나 학생들로 바글바글한 것을 보며 학생들이 만들어 낸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방송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해서 3년동안 와세다제나 소케이센의 스탭으로써 활동하고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일본에 왔을때는 휴대폰도 없고 친구도 가족도 없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미성년자라 인터넷도 가입못하고 집을 구하는데도 한계가 많았습니다. 그럴때마다 학교에 연락하고 학원을 통해서 알게 된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해결했습니다. 언제나 부모님의 일이었던 국민보험이나 비자같은 서류를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은 제가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들게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입학하고 나서 친구를 한동안 못사귀었습니다. 그냥 같이 밥 한번 먹으러 가거나 인사를 하거나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은 있었지만 외국인이라 그런지 크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서클활동을 하면서도 나는 뭔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다가 서클에서 사귄 친구와 대화하던 중에 “난 한국인이니까…”라는 말을 하자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제게 말했습니다. “난 네가 한국인이라는거 맨날 깜빡하는거 있지.” 그제서야 저는 외국인이라고 벽을 만들고 있었던 것은 제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일본어만 잘하면 외국인이라고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한 사람으로써 대하면 얼마든지 외국에서도 좋은 친구를 사귈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부터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이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일본대지진때도 집이 진원지에서 가까운 시즈오카인데도 불구하고 지진나자마자 바로 제게 연락해서 “넌 지진 경험해본 적 별로 없으니까 당황해 할까봐 걱정되서 연락해 봤어”라고 안부를 묻던 친구도 생겼습니다.
학교 공부는 솔직히 말해 많이 고생했습니다. 수업내용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일본어로 수업해야 하고 시험 볼때는 매번 한자가 떠오르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EJU일본어에서처럼 모르는 한자는 히라가나로 쓰거나 적당히 흘려쓰면 교수님들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경제학과라서 수학계통의 시험이 많긴 하지만 논술형 시험은 대부분 한국인으로써의 시점을 중심으로 답을 쓰면 문법이나 지식에 관계없이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대학교의 시험은 선생님이 말한 것을 그대로 쓰는 것 보다는 내 자신만의 대답을 찾아서 쓰는것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것 같습니다. 공부하다가 도저히 못 따라 갈 것 같은 수업이 있으면 선생님께 찾아가 질문을 하면 자세히 대답해 주십니다. 저는 2년동안 계속 단위를 받지 못한 수업이 있어서 선생님께 진지하게 상담했더니 매주 30분씩 개인적으로 지도도 해주셨습니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다들 프린트를 빌려준다거나 라운지에서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준다거나 하며 친절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장학금도 일정 성적을 유지하면 일본문부과학성에서 주는 장학금을 매달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저는 1학년때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교우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학교성적과 집안경제상황 면접으로 결정되는 그 장학금은 한 학기 학비정도를 충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중요한 점은 성적을 유지하는 점. 아르바이트 하느라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장학금은 유학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일본에서는 신쥬쿠에 있는 미츠코시 백화점에 있는 가죽제품 전문 매장에서 판매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주3회 6시간씩 일을 하며 일본의 문화를 배워 갔습니다. 손님을 중심으로 하는 접객. 손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분석해서 손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간혹 이름표를 보고나서야 외국인인 줄 알았다고 칭찬해주시는 손님들이나 제가 좋아서 또 왔다고 해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힘이 났습니다. 점장님도 외국인이라 봐주거나 하지 않을거라며 실수를 했을 때는 크게 혼내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일본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일본인같이 사느냐입니다. 일본에 와서 보면 매일같이 한국인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며 신오오쿠보의 코리안타운에서 한국음식 먹고 한국어로만 말하는 유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라는 게 바로 알 정도로 한국인 특유의 억양과 발음으로 일본어를 구사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럴 거면 굳이 일본까지 와서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좀더 일본인과 똑같은 발음과 억양으로 일본어를 말하려고 노력하고 일본인들이 보고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껴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고 설에는 일본인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서 함께 일본식 떡국을 먹으며 일본의 정서를 느꼈습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만큼은 한국인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고 한국인의 긍지를 가진 채로 일본의 정서를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일본에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 유학 경험은 앞으로 어디로 가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살다 와서 부모님이 일본 대학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일본 유학을 반대하시는 부모님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견으로 인한 반대였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함께 기뻐해 주셨고 제가 대학교 2학년때 일본에 오셔서 이곳 저곳 둘러 보시고는 제 선택이 옳았다고 반대해서 미안했다고 사과하셨습니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시는 여러분의 목표가 일본에 있다면 지금은 힘들더라도 꾹 참고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힘들면 힘들수록 이루어 졌을 때의 기쁨은 그 이상이 됩니다. 저 또한 고등학생때 힘들었던 만큼 지금의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지은 (여)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 3학년 재학중
서문여자고등학교 2009년 졸업
와세다에듀학원 수강
(2012년 2월 현재기록)
※위 체험기는 일본유학시험 한국 사이트의 허락을 받고 전재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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