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p
Go Top
유학체험기

HOME > 커뮤니티 > 유학체험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김정근
2006.01.10 00:00
김 정근(일본전자전문학교졸업)

요 며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메일도착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입사 초기부터 친하게 지내던 “니시자와” 였다. 나나 그나 회사에서 술로 통하는 몇 안되는 친구이다.
“나 자격증 시험 붙었다! 오늘 축배를 올려야 하지 않겠어?”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술 한잔 기울이는 날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하니 신오오쿠보의 한국요리점으로 그를 안내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달 만에 떼고 시험에 붙었으니 왜 특별한 날이 아니겠는가. 말하기가 무섭게 가지고 온 맥주를 들이키고 나니 슬슬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일까.
“이봐 넌 친구가 뭐라고 생각하냐?”
니시자와의 이 뜬금 없는 한마디에 이 글은 시작된다. 친구라. 알게 모르게 유학생활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하면 단연 ‘언어소통’과 ‘친구 사귀기’가 아닐까 한다. ‘일본어 60일 완성!’ 또는 ‘이것만 하면 통한다!’ 등등의 문구에 꿈과 희망을 품었던 이들이 막상 무관심과 알 수 없는 싸늘함에 부딪혀 입을 뗄 수 없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 덕에 그나마 부담이 적은 일본친구 모집사이트는 어중떠중 흘러 들어오는 유학생들의 발걸음에 넘쳐나고 오늘도 이렇다 할 친구를 못 만든 사람들 오늘 배운 일본어를 써보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이 정처 없이 시부야 거리를 해매고 있다. 3년전 처음 유학 길에 올라 각종 펜팔사이트와 시부야거리를 헤매던 내 모습과 그들이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외국친구와 외국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진다. 다시 말해 말이 통해야 친구를 만들 수 있고 만들면 더 빨리 늘 수 있다는 어느새 정설이 되어버린 공식이다. 하지만 외국어 특히나 일본어는 습관이 아닐까라는 것을 이제 와서야 깨달은 느낌도 든다. 일본어가 빨리 늘기 위해 외국친구를 구하는 것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매일 밤 기약 없는 인연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라는 말이다. 정말 없는 것일까.

이 땅에 온지 2개월째 정처 없이 헤매던 끝에 성과 없이 시무룩해 집에 돌아오던 때가 떠오른다. 느즈막히 흘러나오는 의미 모를 전광판의 광고들. 무엇을 알리고 싶은건지. 왜 저렇게 필사적일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던 순간 지금까지 잊고 있던 사실에 눈이 번쩍 뜨였다.
‘お金で%#ない%#$ある。#$%$#…’
응? 간단한 문장임에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로 1시간 동안을 전광판만 바라보며 내린 결론은 이래서는 친구와의 대화는 커녕 편의점에서 물건 사는 정도밖에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유리 깨지듯 산산히 부서지는 자신감.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있기는 있을거야…. 어딘가에….

그래서 탄생한 것이 광고코멘트 암기작전이었다. TV에서 짧게 짧게 등장하는 광고코멘트를 그대로 암기해버리는 지금 보면 무지에 가까운 방법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렇게나 도움이 될지는 누가 알았으랴.
‘お金で買えない価値がある。カードは***カードで。’
어느 카드광고에 등장하는 이런 짧은 문장에도 해변에서 조개 줍듯 쓸만한 단어들이 즐비하다는 그 당시 처음으로 찾아낸 나만의 즐거움이 아니었나 한다. 그 때부터 쮸쮸바 맛을 알아버린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일본어의 재미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 덕에 나날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본어의 수가 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 재미로 유학생활 1년은 그렇게 갔지 않았을까 싶다.
“무슨 생각해?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해주고.”
투정부리듯 채근하는 니시자와가 건배를 기다리는지 가만히 술 잔을 내 앞으로 들이민다. 그래. 친구란 다른게 아니다. 이렇게 가만히 술 한잔 해줄 수 있다면 말이 통하던 안 통하던 국적이 같던 같지 않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사실 그 무렵부터 나의 타겟은 일본친구에서 중국친구들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전광판 사건을 계기로 매일같이 함께 공부하는 이국 친구들이 나에게 있어 얼마나 좋은 선생님인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각각의 목적이야 어떻게 되었던 일본어마스터라는 같은 목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몰려 왁자지껄 일본어로 이야기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겉으로 말은 안 했지 고민거리는 모두 같았구나 하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어느새 술잔 부딛히는 소리도 시끌시끌하던 주위 분위기도 점점 밋밋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조금씩 취기가 돌기 시작하려는 신호이다. 슬쩍 니시자와를 보니 눈이 게슴츠레한 것이 역시나 어느 정도 취기가 돌고 있는가 보다. 훗 약간의 성취감.
게슴츠레한 눈으로 니시자와가 먼저 운을 뗀다.

“내 생각인데 말야. 친구란 건 필요할 때 나와줄 수 있고 마셔줄 수 있고 같이 있을 수 있음 되는 거 아닌가. 맘만 맞으면 다른 거 다 필요 없어요. 안 그래?”

안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요.
역시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게도 국적 같은 건 상관이 없는가 보다.

“근데 말이지. 지금만큼만 하면 네 조국에서도 잘 먹고 잘 살 텐데 왜 여기로 왔냐?”

뜬금없이 나온 질문 하나가 또다시 날 고민에 빠지게 한다.
사실 이 곳에 온지 반년이 지나도록 유학 온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한참을 헷갈렸을 때가 있었다. 유학준비를 할 때만 해도 드높은 희망이 있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열정도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고개 빳빳히 세운 백조마냥 그렇게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희망이나 열정이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무언가 앞에서 비춰줘야 그곳이 앞이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 목적없는 희망과 열정은 전진이 아닌 후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현실적으로 목적이 없어진 유학생활만큼 불안한 것도 없다. 매캐한 연기 속에 연신 팔을 휘저어봐도 잡힐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왜 이곳에 있는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날 가만두지 않고.

난 왜 많은 나라 중에서 일본을 선택한 것일까. 단순히 일본어가 하고싶어서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목적의식 없이 반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느 때 처럼 한 숨 푹푹쉬며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무렵의 일이다. 완성된 디자인을 CD 여러장으로 인쇄소까지 넘기던 지금까지의 방법을 바꾸어 외장하드로 데이터를 옮기는 시도가 행해졌다. CD로 옮기는 데에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던 것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마침 세일중의 외장하드가 사장님 눈에 발견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밤새 끝내논 디자인을 외장 하드에 옮기고 집으로 돌아가 투덜거리며 잠자리에 들 즈음 드라마에서의 클라이막스 컷마냥 타이밍 좋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여기 인쇄소인데요. 안에 데이터가 하나도 없거든요?”

10초 정도 일까. 일그러진 사장님의 표정부터 시작해 주위 동료들의 질타 손해배상 그리고 어두운 얼굴로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자신의 모습이 70년대 찌든 흑백필름처럼 지나갔다. 멈추기가 무섭게 터져나오는 한숨 나도 모르게 감기는 눈꺼풀. 온 몸에서 비명을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이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으며 알게 모르게 오기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딱 60페이지. 발간까지의 리미트는 내일 오후 5시. 군대시절 이후로 ‘되던 안되던 될 때까지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좌절이요 어떻게 보면 발악이라.

악에 받쳐 사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있다. 그 악이 악(悪)의 악이 될지 선(善)의 악이 될지는 나중이 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악과 깡이 없다면 온실에서 자란 풀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왔던 것이다.

대충 52시간이었을까. 정신없이 재복원작업 끝에 앞으로도 없을 52시간의 대기록과 질적으로 오히려 나아진 디자인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사장님이나 심지어 인쇄소 사람들에게도 한소리 듣기는 했으나 이 일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이야 불으라고 있는 것이고 그 가운데서 버티다 보면 나오는 것은 인생의 쓴 맛. 드디어 그 맛을 난 알아버린 것이다. 나의 선택으로 이 곳에 왔고 아직도 난 이 곳에 있다. 그렇기에 입에 달달한 경험들은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은 곳에서의 경험들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お金で買えない価値がある。). 그것이 바로 이 곳까지 와버린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한다.

문득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대충 6시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알게 모르게 1시간이 흘렀다. 점점 늘어가는 빈 잔과 주위 사람들. 휴일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왁자지껄 웃음 소리가 이리저리 벽을 타고 이 쪽으로 전해져온다. 새삼스레 유학오기 전 다니고 있었던 회사가 생각난다. 군대 제대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복학 대신 취업을 택한 덕에 회사에서의 추억이 더 많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회사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취업활동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다른 면면들이 보인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시험과 면접 전에는 일종의‘회사설명회’에 반드시 참석을 해야하고 예약을 했다면 출석체크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어필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물어봐주지도 않는 약간 차가운 면도 얼핏 엿보인다. 이것도 경험이 없으면 역시나 취업활동 초기부터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근데 있잖아. 내가 알기로는 너 전문학교에서 게임 프로그램 했던걸로 알고 있는데. 맞아?”

그렇다. 학과도 그랬고 아직까지 게임 프로그래머의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 이 와중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프로그램과 전혀 상관없는 서버용 워크스테이션 트러블 서포트 회사다. 잡지사 기자 웹PD 게임기획 디자인 등등을 거쳐 다음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프로그래머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샘이다.

나의 버릇중에 하나가 언제나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점이다. 비자 생활비 취업이라는 두터운 밧줄에 묶여 어깨를 들지 못하는 너무도 절실한 고민거리이기도 한 동시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유학생들도 이러한 3중고(苦)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급급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취업활동에 정신이 없었던 무렵 한가지 염두해두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서의 특수한 입장에서 취업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다시 말해 단지 이 땅에 더 있고 싶어서 취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기 전까지 외국회사에서의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인지를 확실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취업활동의 방법적인 차이는 사실 몰라도 상관은 없다. 그런 것이야 직접 면접관에게 혼나가면서 몸으로 배워가는 것이기에. 그렇지만 확실한 목적의식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입사 후 희미해져버린 목적의식에 힘들어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한가지 일만 하는 사람은 그 분야에 있어 프로가 될 수 있지만 만약 해야만 하는 일이 그 일과 다르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힘을 들이지 않으면 안돼. 하고싶은 것을 하나의 커다란 목표로 두고서 과연 지금 하고있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한 번 기다려봐.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과연.
은연중에 듣고싶어하던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버렸으니 납득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모든 일의 순서가 그렇듯 처음부터 애들 장난감 만지듯 잘 할 수는 없는 일. 이곳 저곳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있기에 내면에 숨어있던 파워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리라. 또 그렇게 하기위해 이 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옆을 슬쩍 둘러보니 니시자와가 뻥튀기 한모금 머금은 얼굴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훗 넌 모를 것이야. 어둠 속에서 헤매다 올라온 인간이야말로 무슨 일을 벌일지 말이야. 언젠가는 게임 프로그래머 더 나아가 기획과 디자인을 겸비한 프로그래머가 되어주마.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 많은 노력과 이렇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겠지. 조금 있으면 앞서 나갈 테니까 그 때는 잘 부탁한다 친구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묻는 니시자와.

“나도 한 때는 프로그램에 흥미가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딴 일을 하고 있는 것 보면 신기해. 나도 너처럼 유학이나 한 번 해볼까. 어디 괜찮은 유학원 있으면 소개나 시켜줘봐.”

맘 같아서는 한국유학을 강하게 추천하고픈 맘이지만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단다.
유학원이라는 말이 나와서 이야기지만 유학을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반드시 유념해야할 점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첫번째가 유학원은 ‘영리업체’라는 점이다. 복잡한 서류나 번역등을 번역해 처리해주는 점에 있어서는 유학원만한 곳도 없으나 그 이상의 기대 다시말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 유학이란 선택이 옳은 것인가 등의 조언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유학원 사람들은 학생 한명한명의 상황과 각각의 생각을 세세하게 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본적으로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했기에 유학원을 찾는 것이긴 하지만 좀 더 자신의 목표와 미래상을 생각해보고 거기에 오류가 있다면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해줄 수 있는 유학원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 유의점으로서는 유학원에서 얻을 수 있는 현지정보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개인적인 소견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이것저것 준비한 것들이 쓸모없이 되어버린다든지 소개받은 학교나 기숙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를 몇 번이나 본적이 있다. 사실 유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정보의 정확성을 따지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예를 들어 한가지 질문을 여러 유학원에 동시에 해본다든지 인터넷 게시판으로 올라오는 유학원의 평가를 유심히 비교해본다든지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를 얼마나 해줄 수 있는 곳인가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내색은 안하지만 일단 타지로 보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곳들이 꽤나 있기 때문에 계약전부터 자신의 사후관리에 관한 내용을 꼭 체크해 놓길 권장한다.

외국으로의 유학은 정말 힘든 결정 중에 하나라 본다. 주제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 유학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적은 돈으로 어떻게 하든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 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일본행을 더 나은 나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싶다 등등 각각이 가지고 있는 꿈들은 하나하나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자신의 목표에 관계없는 일 때문에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목표설정과 장기적으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힘을 길러 놓는다면 유학원 선택뿐만이 아니라 유학을 와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희망도 포함해서.

“손님 이번이 마지막 오더가 되겠습니다. 뭐 시키실 것 없으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니시자와가 번쩍 손을 든다.

“딱 한 잔만 더 하자. 어때? 마침 너한테 묻고싶은 것도 있고 말이야.”

데굴데굴 굴러가는 발음으로 날 꼬시는 이 사람. 대충 10시가 넘어갈 시간이니 그로서는 꽤나 마신 축에 속한다.

“앞으로 무슨 계획 같은거라도 있냐? 요즘 가만 보면 회사일 이외에 여러가지 하는 것 같아 보여서 말이야.”

난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한가지 일에 목매여 하기 싫어하는 천성적인 면 때문인 것도 있지만 역시나 수많은 경험 없이는 너무도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탓도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온실에서의 생활을 일부러라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론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너무도 힘들 때면 그 자리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이 곳에 있는 하나의 목적이 될 것이요 새로운 계획에 앞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연료가 되지 않을까.
그렇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와 함께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유를 두는 것이 어쩌면 지금 가장 큰 계획이 아닐까 한다. 10년 후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새로운 계획에 앞서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면 일단 합격점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도 해본다.

현재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 유학이란 것이 절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목적 없이 온 유학은 유학이 아닌 ‘장기간여행’처럼 될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생각하는 것이며 또 그것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잘 따져보길 바란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유학이라면 앞으로 있을 끝없는 유혹에 굴함 없이 자신의 길을 망설임 없이 걷길 바란다.
불안보다는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꼭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
참고로 니시자와의 질문에는 이렇게 이야기해두었다.

“계획이야 많지. 10년짜리 국가 프로젝트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고 T셔츠 디자인도 조금씩 하고 있고 홈페이지 디자인이나 게임도 조금씩 만들고 있고…. 그치만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을 해가며 조금씩 평가받고 싶기도 해. 일단 당분간은 거기에 충실하고 싶다.”

“오… 네 입에서 그런 말도 다 나오고. 대단한걸.”

“훗 쓸데없는 소린 그만두고 슬슬 일어나자. 그리고 오늘 잘 마셨다. 자격증 붙은거 축하해.”

“응? 이 이봐.”

<경력사항>
1995년 3월 : 상지대학교 입학
1997년 1월 : 상지대학교 휴학
1997년 4월 : 입대
1999년 6월 : 제대
1999년 6월 : (주)커뮤니케이션 그룹 입사 (인턴)
2000년 6월 : (주)위버넷 입사
2001년 5월 : (주)공장 입사
2002년 4월 : 동경 랭귀지스쿨 입학
2002년 6월 : 현대 홈쇼핑(아르바이트)
2003년 1월 : 일본 전자전문학교 입학
2003년 5월 : (주)디렉토리즈 입사 (인턴)
2005년 4월 : 일본 서드파티(주) 입사